[현장 카메라]‘한국의 갈라파고스’ 뒤덮은 중국산 쓰레기

2022-06-06 1



[앵커]
해양 쓰레기는 국경을 넘어 해류에 따라 흘러다닙니다.

'한국판 갈라파고스'로 알려진 서해 굴업도에는 중국에서 온 쓰레기가 파도를 타고 밀려 들어옵니다.

현장카메라 정다은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저는 서해 굴업도에 막 도착했습니다. 천혜의 자연으로 사랑받는 곳인데 쓰레기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현장으로 가서 확인해보겠습니다.

인천항에서 배로 약 3시간 이동하면 보이는 외딴 섬.

백패킹의 성지로 불리는 굴업도입니다.

1990년대 중반 핵폐기장이 건설될 뻔했지만 철회돼, 해안 절벽이나 사구 같은 자연 지형이 고스란히 보전돼 있습니다.

그런데 알려진 것과는 달리, 해변은 쓰레기투성입니다.

[관광객]
"경치는 좋은 곳인데 쓰레기장이야 쓰레기장. 저거 한 트럭은 된다고."

페트병과 폐어구는 물론, 심지어 이불까지 파도에 떠밀려 해안가로 들어옵니다.

[현장음]
"해안을 따라 쓰레기가 널려있는데요. 보시면 페트병 상표에 중국어가 적혀있습니다."

중국어가 적힌 홍차 음료 페트병부터 이과두주 술병까지 다양합니다.

주민 10여 명이 쓰레기 수거를 도맡아왔지만 쓰레기양이 워낙 많아 역부족입니다.

[굴업도 주민]
"치워도 치워도 들어와. 오늘 내가 저걸 싹 치웠다면 내일 바람 불면 다 들어와. 바다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버리는 사람이 버리지 말아야 하는데 그걸 줍는 사람이 다 못 주워요."

굴업도를 포함해 주변 7개 섬에서 수거되는 해양 쓰레기는 1년에 200톤.

한강 하구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내륙 쓰레기도 보입니다.

[이해왕 / 굴업도 주민]
"마음이 좀 아프죠. 동네가 깨끗하고 자연이 살아있는 환경이 돼야 하는데."

굴업도에 들어오는 배편은 하루 한 편뿐.

접근성이 좋지 않아 수거 인력을 보내기도 쉽지 않습니다.

[옹진군청 관계자]
"섬 자체가 들어가면 무조건 1박 2일을 해야 하는 곳이에요. 그러다 보니 저희 인력이 매일 거기에 들어갈 수도 없는 거고."

지난해 전국에서 수거된 해양 쓰레기는 12만 톤.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해외에서 밀려온 해안가 쓰레기는 4.1%로, 대부분 중국에서 온 것으로 파악됩니다.

[우승범 / 인하대 해양과학과 교수]
"특히 섬 주변에서는 바닷물이 섬 주변을 도는 흐름이 발생하거든요. 바닷물의 흐름, 바람 이런 것들이 어떻게 보면 다 조합돼서 그 지역에 많이 쌓이는 거죠."

하지만 국제협력은 멀기만 합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
"중국 어디에서 발생한 쓰레기고 이런 것들에 대한 모니터링 자료를 기반으로 얘기해야 하는데 저희가 정기적으로 모니터링 하는 사업은 사실 없거든요."

대부분 해양 쓰레기는 플라스틱 재질입니다.

분해를 반복해 미세 플라스틱이 되면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주고, 결국 인체에도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해양 쓰레기에 대한 체계적인 추적 관리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현장카메라 정다은입니다.

PD : 김남준 장동하


정다은 기자 dec@donga.com